밤마다 누가 방 밖에 서서…….
누워 있으면 그 사람이 문을 두드려.
람샤클 기숙사의 문 경첩이 망가져 고친 것은 며칠 전의 일이다. 백 년쯤 낡은 건물은 시궁쥐나 벌레가 파 둔 구멍 사이로 외풍이 들거나 온수가 안 나오는 정도의 고장은 부지기수로, 망가진 목재 문이 덜컹거리는 정도로 마구 엄살을 떨 감독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다들 알았다. 누군가 집을 침입한다는 주거 침입의 현실적 공포와도 달랐다. 그랬지. 해미 서머셋의 아주 평범한 진술은 청자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건 살풍경한 괴이였다.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밖에서 지켜보고 있어.
해미 서머셋은 자작나무 숲의 수만 개의 눈을 떠올린다. 이윽고 자신이 밤마다 보는 형상의 시선과 매치시킨다.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손상? 그것도 아니라면 람샤클 기숙사에 거주하는 유령의 장난? 아니, 그들은 분명 무고할 테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미스테리한 사건은 대부분 마법으로 해명되었으나, 오히려 과학과 마법으로도 해명되지 않는, 불가해한 제3의 공포는 그들을 더 사지로 몰아넣었다.
옆에서 플로이드 리치는 혼자 큭큭 웃고 있었다. 협탁 위에서 긴 중지와 검지를 번갈아 움직이며 인간이 살금살금 걷는 모습을 묘사하다 픽, 쓰러지듯 손가락을 늘어트리고 만다. 그는 조우한 적 없는 형상을 흉내 내는 데에 질린 기색이다.
소라게는 그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네에.
모르겠네.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거든.
애매한 대답. 확실히 해미 서머셋은 옆으로 누워 잠들면 꼼짝없이 서 있는 사람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밤마다 우레처럼 울부짖는 바람 소리 사이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달라는 것처럼. 해미는 매일 밤 문 밑으로 그녀의 발목을 본다. 이런 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여자는 드물지. 액자 초상화 속 로잘리아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플로이드는 람샤클 기숙사의 방문 앞에까지 당도하는 데까지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 떠올린다. 발을 질질 끄는 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여자. 플로이드는 알았다. 그런 여자는 해미 서머셋 뿐이라는 것. 방문을 열지 못하고, 어디에도 당도할 수 없는, 해미 서머셋의 갇힌 영혼이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
헤에.
응.
나쁜 꿈이구나.
꿈? 그렇구나. 나쁜 꿈....... 해미 서머셋이 말을 아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간단하지만 단호하게 꿈으로 일축했다. “그야, 그 녀석. 물범은 본 적 없다는 거 같고.” 같은 말을 덧붙이며 적당한 변명을 했다. 단순히 기우일 뿐, 이라고 그녀의 공포를 덮어주고픈 기분이라는 건 가장 쉬운 변명이다. 기숙사의 문밖에 서성거리는 것이 해미 서머셋이라고 해명한다면, 그 여자의 반응이 어떨지 그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미지의 영역을 헤집고 다니는 건 그의 습벽이었으나, 해미가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문을 연다면?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면. …………모든 미련을 거두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건가? 플로이드는 가만히 웃음을 거두었다. 답을 알면서도 내놓지 않고, 입을 다무는 건 그가 비겁하기 때문이다. 굳이 성실하게 알려 줄 필요는 없지. 그는 생각했다. 언젠가 방 밖의 여자가 형체를 가지고, 그에게 업으로 돌아와 그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더라도 기꺼이 그 손을 받아주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