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저편에서
Shirasabi 님https://youtu.be/XmYLUiMZTEY 해미 서머셋은 모르는 장소에서 눈을 뜬다. 그곳은 윤곽선이 흐릿한,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작은 방이다. 익숙한 일이다. 왜 이곳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것도 익숙한 일. 그러고 보면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본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조차 익숙한 일이며 지나가지 않는 계절을 세지 않는, 부정 문장만이 가득한 숨을 저 파도 소리가 희미해질 때까지 꾸역꾸역 삼켜가는 게 그의 삶이었다. 뱉어버릴까. 해미가 걸음을 옮기면 흰 원피스 잠옷이 스치며 종이 같은 음색을 낸다. 그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눈에 담기 위해 방에 딸린 발코니로 향한다. 텅 빈 하늘엔 회색 노이즈가 가득하고 움직이는 듯 보였던 파도..
2024.07.25